2주 정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말마다 해오던 갤러리 투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 이번 주말에 한남동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를 둘러봤습니다.
새로 시작한 전시도 있고 오랫동안 관람하지 못한 전시를 둘러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오늘 소개 시켜 드릴 전시는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Off the Beaten Track' 단체전입니다.
작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회화와 영상 그리고 독특한 설치 미술도 있어 한 번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Off the Beaten Track' 전시
갤러리바톤은 국제적 명성의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로 기획한 그룹전, 《Off the Beaten Track(당신이 가보지 못했던 길)》을 2022년 5월 18일부터 6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유행은 다양한 사회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특정한 시기에 발생하는 해풍과 조류가 초창기 대륙 간 무역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듯이, 한 시기를 풍미하고 소멸되는 유행의 존재는 우리 각자의 취향을 발견하게 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특히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 기술과 IT 문화의 발달로 전지구가 점점 동일 생활권에 가까워진 현재에는 그 유행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이상 지배적인 유행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나팔바지를 입거나, 디스코에 심취하거나, 화려한 캐스팅의 할리우드 대작에 현혹되지 않는 시대이다.
https://gallerybaton.com/ko/exhibitions/90-off-the-beaten-track-matt-connors-alex-dordoy-noemie-goudal-jim-lambie/
Victoria Morton (b. 1971, UK)은 색의 온도감, 브러시의 방향성과 속도, 선과 도형이 빚어내는 국지적인 충돌과 화합이 전면에 걸쳐 등장하는 추상 작품을 선보여 왔다. 대작인 〈About Listening〉 (2021)은 한 편의 실내악의 운율과 음의 고저, 청취자와의 상호 작용의 도해가 응축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채로운 색채 사용과 함께 도형과 형상, 직선과 사선의 자유로운 표현은 화음과 불협화음을 오가며 서로의 영역을 즐겁게 침범하는 듯하다. 작가가 특정한 시기 동안 집중해온 감정의 시각적 분출과 같은 그녀의 화풍은, 오토마티즘의 현대적 해석으로도 읽히며 뚜렷한 직관성을 매개로 관람객에게 감각적이고 지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https://gallerybaton.com/ko/exhibitions/90-off-the-beaten-track-matt-connors-alex-dordoy-noemie-goudal-jim-lambie/
아르누보 시대의 광고나 디자인 이미지를 차용하여 새로운 맥락을 창조하는 Alex Dordoy (b. 1985, UK)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색감과 구도에 따라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작 두 점을 선보인다.
〈The Instinct of Flight〉 (2022)는 먹구름이 낀 하늘을 배경으로 티 테이블이 놓인 창가를 멜랑콜리적이고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회색톤의 무채색으로 표현된 식물들은 작품 전반에 보이는 날씨에 대한 암시와 함께 햇빛의 부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테이블 위의 티포트와 급히 던져진 듯한 외투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에 〈Flowers Still for You〉 (2022)에서 작가는 화려한 색상으로 식물을 생기있게 담아내며 눈앞에 열대 풍경을 펼쳐 보인다. 작가 특유의 그래픽적이고 단순한 형태와 그림 안의 영화적인 구성이 대비되며 시적인 효과가 극대화된다.
https://gallerybaton.com/ko/exhibitions/90-off-the-beaten-track-matt-connors-alex-dordoy-noemie-goudal-jim-lambie/
무너져 가는 설치된 작품이 스틸컷으로 보면 전혀 위화감이 없습니다.
아주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 가는데 자연과 인공적인 작품 사이에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 조금 기괴(?) 섬뜩(?)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Noémie Goudal(b. 1984, France)은 정글 등 특정한 장소에 세트를 설치하고 정교하게 촬영된 영상에 다양한 편집 기법과 음향 효과를 동원하여 초현실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음 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생 나자르 현대미술관(Saint-Nazaire, France)에서 2021년 10월 초연되었던 작품, 〈Inhale, Exhale〉(2021)은 고요한 열대 습지를 배경으로 야자수와 그것과 흡사한 외형의 장치가 수면 위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제목에서 유추되는 대로 ‘들숨(Inhale)과 날숨(Exhale)’의 인터벌에 따라 삐걱거리는 사운드가 덧입혀진 영상은 초창기 연극의 수동 무대장치를 연상시키며 기괴한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https://gallerybaton.com/ko/exhibitions/90-off-the-beaten-track-matt-connors-alex-dordoy-noemie-goudal-jim-lambie/
다양한 안경알을 이어붙여 만든 작품, 조약돌을 붙여 놓은 듯 동글동글합니다.
Jim Lambie (b. 1964, UK)는 벽부터 시작하여 공간 중앙까지 다른 색의 둘레로 채워나가는 사이키델릭한 바닥 작업 시리즈로, 블루바톤 공간을 점유하는 작품 〈Zobop (Wild Poppy)〉(2022)을 선보인다. 붉은색 계열의 그러데이션에 흰색, 은색 등 무채색이 주기적으로 구획하는 구조는 갤러리의 부속 공간에 불과했던 바닥에 예기치 않던 스피드감을 주고 주변의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능동적인 대상으로 승화시킨다. 또한, 작가가 직접 선별한 다양한 색상의 선글라스 렌즈를 정교하게 조합하여 만들어진 작품 〈Sun Necklace〉
(2022)은 다채롭게 흩뿌려진 빛의 찬란함을 보여주며 ‘레디메이드’ 스테인드글라스로 기능한다.
https://gallerybaton.com/ko/exhibitions/90-off-the-beaten-track-matt-connors-alex-dordoy-noemie-goudal-jim-lambie/
아래는 메인 전시실 들어가기 전 오른쪽에 있는 조그만 공간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입니다.
사선으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패턴과 이웃한 다양한 색면들을 배경으로 두툼한 주황색 선들이 부유하듯 채색되어 있는
Matt Connors(b. 1973, USA)의 〈Ardent Partner〉 (2022)는 기하학적인 형식과 감각적인 분위기를 구현한다. 적층 구조로 발현된 색들이 창조하는 공간감과 색 선들이 교차하며 캔버스에 부여하는 형식미는, 순수 추상의 영역에 창의적으로 접목한 미니멀한 구성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음미하게 한다. 마치, 색유리와 다양한 철골 구조로 여러 겹 중첩된 외부의 정경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은 입체적으로 표현된 흩뿌려진 점들과 결합하여 캔버스 전반에 생동감 넘치는 역동성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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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닥도 작품으로 Jim Lambie님의 작품으로 바깥 창에서는 이 공간을 확인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Off the Beaten Track' (갤러리바톤)
- 전시 기간 : 2022.05.18 ~ 2022.06.18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6
- 영업 시간 : 10:00 ~ 18:00 (일요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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