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가는 네이버카페에서 정광영 작가님의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기념전이 열린다고 해서 주말에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압구정 로데오역 3번 또는 4번 출구로 나가 조금만 걸어가면 노블레스 컬렉션이 보입니다.
이번에 처음 와봤는데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내부가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친절하기도 해서 즐겁게 전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Aggregation' 전시
전광영 작가는 약봉지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삼각기둥을 한지로 감싼 후 매듭을 묶어 작은 조각을 만든 후 화면에 일정한 패턴으로 재배열해 그만의 독특한 입체 회화 ‘집합(Aggregation)’을 창조해낸다. 아시아의 보자기 문화에서 착안한 전광영의 ‘집합(Aggregation)’ 연작은 어린 시절 조부의 한약방 천장에 매달려 있던 무수히 많은 한약재 봉지를 바라보던 기억에서 비롯했다. 서양의학의 소독약 냄새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동양의학의 한약재, 작가에게 그것은 몸뿐 아니라 내면세계까지 치유하는 행위와 연결되는 듯 느껴졌을 것이다.
작가의 손을 거쳐 돌담을 쌓아 올리듯 하나하나 화면에 자리 잡은 수천 개의 삼각기둥 모양 조각이 집합을 이루면 마치 거대한 지층의 잘린 단면을 보는 듯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리고 그 웅장한 입체는 색에 의해 다시 회화로 변모한다. 전광영의 작품을 이루는 색은 모두 한지의 천연 염색을 통해 만들어내는데 제각각 다른 의미를 상징한다. 치자 열매에서 나오는 노란색은 우주의 중심을 뜻하는 고귀한 색으로 황제를 상징하고, 구기자를 사용하는 붉은빛은 삶의 에너지와 열정을 의미한다. 푸른빛과 녹색은 쪽을 사용해 만드는데, 만물의 탄생을 뜻한다. 먹으로 만들어내는 흑색은 지혜를 상징하고, 종이의 백색은 순결과 진실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집합체에서 뿜어 나오는 오라와 그 강렬한 색감이 주는 시각적 감동을 느끼며 작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조각 하나하나를 감싼 종이에 쓰인 텍스트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 작품 재료로 사용한 한지는 서민의 삶이 깃든 옛것으로 하루하루 소식을 전하던 신문, 소설 또는 야사, 이름 모를 가문의 족보, 상점의 장부 등이다. 작가는 특정 시대를 살아낸 개개인의 경험과 삶이 담긴 이야기를 수집해 해체하고 다시 배열하며 그만의 독창적인 기록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고서의 책장 안에 화석처럼 켜켜이 쌓여 있던 텍스트는 작가의 손끝에서 수천수만의 매듭으로 연결되어 현대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고, 오늘날 미술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대면한다. 고대부터 매듭은 서로 다른 세계의 결합과 연결을 의미했다. 전광영 작가의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다양한 삶의 빛깔로 농축된 고서를 통해 전해 내려온 과거의 메시지가 현재의 자신에게도 연결되는 것을 느끼고, 자기 자신이 무수한 시공간 중 한순간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http://noblessecollection.com/?p=6532
갤러리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강렬한 주황색의 작품이 깊이감도 있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한지들이 멋지더라고요.
커다란 산호 같아 보이기도 하고, 화산 같아 보이기도 하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반대편에는 찐한 초록색의 비슷한 작품이 대칭처럼 걸려 있습니다.
이 파스텔 색깔의 두 작품은 보석이 송송 박혀 있는 모래 사장 같은 느낌입니다.
전광영 작가님의 이런 하늘하늘한 색감의 작품은 지난번 갤러리조은에서 열렸던 '소품락희'에서 만났었는데, 그때도 그 작품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어요.
파스텔 느낌의 작품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참 좋아지는 작품입니다.
이 파란색 작품은 바닷속에서 수면위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거리는 느낌으로 몽환적이지 않나요?
계속 봐도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고, 지루할 틈이 없네요.
반대편에 있었던 주황색 작품의 초록색 버전입니다.
바로 뒤에 정원이 살짝 보였는데 그 분위기의 연장선 같아보입니다.
푸릇푸릇한 이 계절이 보여주는 계절감과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미술을 배워본적이 없어 이렇게 하나하나 꼬아만든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신기하기만 합니다.
올해 코로나가 잠잠해진다면 베니스로 달려가 멋진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습니다.
그 전에 비엔날레 참여 작가이신 전광영 작가님의 작품을 서울에서 감상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전광영 'Aggregation' (노블레스 컬렉션)
- 전시 기간 : 2022.04.01 ~ 2022.04.29
- 주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13 노블레스 빌딩 1F
- 영업 시간 : 11:00 ~ 19:00 (일요일,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noblessecolle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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