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 열심히 서울 갤러리 투어를 하고 왔습니다.
새로운 전시가 많이 생겼더라고요.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율리아 아이오실존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파운드리 서울입니다.
이태원역에서 내려 쭈욱 걸어가면 보이는 이곳, 구찌 가옥 바로 옆에 있습니다.
파운드리 서울은 동선이 재미 있습니다.
지하 1층 -> 지하 2층 -> 지상 1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요 팻말 바로 옆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전시 관람이 끝나게 됩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세상과 잠시 떨어졌다가 1층 전시가 끝나면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해주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파운드리 서울은 2022년 4월 8일부터 6월 5일까지 런던 기반의 작가 율리아 아이오실존(Yulia Iosilzon)의 한국 최초 개인전Nocturnal 을 소개했다. 전시는 18점의 신작 회화와 세라믹 작업을 통해 반투명한 캔버스 위에 유연한 선과 섬세한 색채로 그려낸 아이오실존의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9개 피스로 이루어진 대형 회화 작품과 회화의 영역을 공간으로 확장하는 세라믹 작업을 포함하여, 매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의 면모를 더욱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게 했다.
아이오실존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전승되어 오는 원형적 이야기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이미지를 모티프와 상징으로 삼아 동화나 만화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낸 것 같은 환상적인 회화를 그린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작가는 각각의 상징에 내포된 다중의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활용하여 인간의 심리, 영혼, 실존적 조건이나 동시대의 사회상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날카로운 질문을 숨겨놓는다. 아이오실존의 회화에서 두드러지는 물질적 특성 - 겹겹이 덧발라진 물감층과 뒷편의 나무 프레임이 비쳐 보이는 반투명한 캔버스 - 역시 작품의 이러한 다층성을 가시화한다.
아이오실존은 여러 해 동안 도피주의(escapism)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그에게 도피주의란 장기화된 팬데믹과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 환상적인 세계를 탐험함으로써 활기와 안온함을 되찾으려는 시도이자 상상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능동적인 태도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번 전시의 주요한 시간적 배경은 ‘밤’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낮 동안 분주했던 이성이 잠들고 몸이 회복하는 고요한 시간이자 감성과 상상력이 깨어나는 깊은 밤과 새벽녘의 독특하고 마법적인 분위기 속으로 도피해보기를 제안한다. 금빛 노랑과 암적색, 짙은 청색과 녹색의 짙은 색깔 조합으로 그려낸 진하고 풍부한 색감의 신작들은 전작에 흐르던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는 새로운 미감을 제시하고, 아이오실존의 세계가 얼마만큼 다채롭게 뻗어 나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http://foundryseoul.net/#exhibition
전시 들어가자마자 처음본 작품으로 동화속, 신화속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줍니다.
지하 1 & 2층 모두 이런 분위기였는데, 무표정, 화난표정, 알수 없는 표정의 인물과 개구리 다리, 버섯들이 더 동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번 전시의 시간적 배경은 밤이라고 하는데, 색감이 화려하기도 하고 은은하기도 해서 밤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더라고요.
몽환적 분위기라서 그런걸까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같은 타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엄청 커서 카메라에 잘 안 잡히네요.
작품 옆에 따로 붙어 있는 벌들의 모습까지 연출이 재미있습니다.
뭔가 심통이 난 것 같은 버섯 요정들입니다. 이런 표정 하나 하나가 감상 포인트가 되는거 같네요.
대부분의 작품이 이미 sold out인거 같아요.
파란색 표가 붙어 있더라고요.
물론, 이런 큼직한 작품을 둘데도 없고 살 여력도 없지만 은근 작품 한점 가지고 싶어집니다.
이제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갑니다.
도슨트가 있는 것인지 아래층에 있으신 분들이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이라고 하는데, 2개의 작품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금발의 요정(아니면 신화속 인물), 바닷속 생물, 수초, 별이 빛나는 밤인 것 같아요.
전체적인 분위기 감상을 하기도 좋고 어떤 요소가 들어가 있느니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타일 재질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벌, 가까이서 보니 제법 컸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2층에 있는 서신욱님의 'PLAYTHINGS' 전시를 보러갑니다.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을 소개해 온 바이파운드리는 2022년 첫 전시로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서신욱의 국내 최초 개인전 PLAYTHINGS 를 개최했다. 서신욱은 억압적인 사회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무력한 모습을 풍자적인 키네틱 조각으로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점의 신작 <Six Feet Under (Durability Test #6)>(2022)와<The Fabulous Life #2>(2022)를 소개했다. <Six Feet Under (Durability Test #6)>는 주체성을 상실하고 한낱 기능하는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위상을 마치 내구도 테스트를 당하는 공산품처럼 표현한다. <The Fabulous Life #2>는 생체 정보를 포함한 각종 개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취향과 행동 양식을 지배하는 디지털 문명과 다국적 자본에게 포섭된 현대인의 모습을 아케이드 게임처럼 형상화한다.
서신욱은 완고한 구조 아래에서 개별적 의미나 서사 없이 장난감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되다가 손쉽게 대체되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은 미래에도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현대 체제는 산업 혁명에서 디지털 혁명으로, 포드주의에서 생명정치로, 컨베이어 벨트에서 스마트 워치로, 점점 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화하며 예속을 심화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어두운 시대일 수록 어설픈 낙관주의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회의주의적 태도가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끝없이 비틀리는 축 늘어진 실리콘 형상들과 일그러진 신체 파편들 사이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쇠구슬들이 남기는 여운은, 예리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이어나갈 서신욱의 블랙 코미디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http://foundryseoul.net/#exhibition
왜 인체의 일부분을 사용했나 했더니, '한낱 기능하는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형상이었군요.
작품을 볼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 많이 의미 심장합니다.
이렇게 늘어나버린 인간의 모습이 축축 쳐져 있던 번아웃으로 힘들어하던 제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한쪽이 올라가서 안에 있는 구슬이 도르르 아래쪽으로 이동합니다.
전시 예약을 하고 가시면 좋을 것 같고 도슨트가 있다면 도슨트 있는 시간에 오시면 작품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https://m.booking.naver.com/booking/6/bizes/674064?theme=place&service-target=map-pc&area=pll
율리아 아이오실존 'Nocturnal' 전시, 서신욱 'PLAYTHINGS' 전시 (파운드리 서울)
- 전시 기간 : 2022.04.08 ~ 2022.06.05
-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23 지하 1,2층
- 영업 시간 : 11:00 ~ 19:00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http://foundryseou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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