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갤러리에서 경복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면 페로탕 PERROTIN이 보입니다.
얼마전까지는 주말에는 열지 않았는데 최근 확인해보니 일요일, 월요일 휴무로 바뀐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까만 고양이 두마리가 잔디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BERNARD FRIZE 개인전
시각, 촉각, 청각의 앙상블: 베르나르 프리츠의 45년 추상화
프랑스 현대 회화를 대표하는 미술가 베르나르 프리츠. 그는 45년 동안 자신만의 개념적 추상회화를 전개해왔고, 이제 진정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장이다. 2019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베르나르 프리츠: 후회 없이(Bernard Frize: Sans Repentir)> 가 그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말해준다. 프리츠의 1977년 초기작부터 2019년 근작까지 총 60여 점을 선별해 기획 한 그 전시는 한 명의 예술가가 창작한 동시대 시각예술의 스펙트럼과 페인팅의 감각이 얼마나 풍요로운 고원을 이뤘는지 보여주었다. 당시 전시장에서 그림과 마주한 감상자들은 ‘추상(abstraction)’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관념이 철학의 언어가 아닌, 눈부신 색채와 역동적인 붓질이 가득한 화면으로 제시된데 감탄했을 것이다. 또한 ‘추상화(abstract painting)’라는 현대미술의 익숙한 장르 안에서 어떻게 그처럼 다채로운 스타일이, 섬세하면서도 다이내믹한 표현 기법이, 변주되고 발전할 수 있는지 새삼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경험이 2022년의 우리 앞에 준비되어 있다. 70대에 접어든 원숙한 대가 프리츠의 신작들에서 이전의 그가 구현한 회화예술과는 또 다른 미학, 새로운 조형, 낯선 표현의 모드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창작 실험과 탐구의 여정에 헌신한 프리츠가 이번에는 더욱 ‘복합적인 감각의 회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우리 감상자는 오히려 매우 젊고 매력적인 프리츠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는 분명 프리츠이지만 프리츠가 아니다. 전자의 프리츠는 “규칙이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작업 프로토콜 아래 일부러 화가의 주관을 배제하고 기계적인 그리기 과정을 반복한 화가다. 그렇게 해서 수직과 수평의 교차, 일정한 붓질의 궤적 그 자체가 그림의 형식이자 내용이 되는 고유한 추상화를 완성한 원로의 프리츠다. 그런데 후자, 즉 2022년 신작의 프리츠는 마치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자신만의 회화 표징(signature)과 예술적 성취조차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벗어던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아니, 더 극적으로 서술하자면, 그 그림들은 캔버스 평면 위로 뛰어올라 에너지를 터뜨리고 대기 중의 입자가 되어 춤추는 어느 젊고 자유로운 영혼의 창작물로 보인다. 그만큼 프리츠가 창조적 인 추상화를 새로 선보였다는 의미다.
https://static.perrotin.com/presse_expo/press_release_10064_2.pdf?v=1654590673
입구에 바로 보였던 작품으로 베르나르 프리츠의 작품들에 대한 인상은 아름답다였습니다.
저같은 미술을 제대로 알지 못한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상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색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늘은 온통 어지러운데 세상에는 아름다운 파스텔 비를 내려주는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거대한 빛과 색들이 뭉쳐져서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 같아 보였고요.
창문으로 온갖 색깔의 물감들이 눈물을 흘리듯 뭉쳐지고 흘러내리는 모습 같아 보였습니다.
유럽의 어떤 신화가 생각나는 작품으로 세상이 만들어질때의 장면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은 무서운 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그만큼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작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주말 오전이었습니다.
베르나르 프리츠 LES DERNIÈRES PEINTURES 전시 (페로탕)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5
- 영업 시간 : 10:00 ~ 18:00 (일요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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