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오른쪽 계단 어딘가에 위치한 갤러리민정에서 열리는 전시 소식입니다.
현재 케이채님의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니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 사진으로 보게되니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회화와는 다르게 사실적인 분위기가 사진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관람했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나 '테레사 프레이타스' 전시는 필터를 입힌 몽글몽글한 전시였다고 하면 케이채님의 사진전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소재로 해서 그런지 사실적인 부분에서 감회가 새롭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니다' 전시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니다
사진가 케이채는 세상을 방랑하는 사진가다. 12년 넘게, 그는 85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컬러풀한 순간을 담았다. 그런 그가 2020년 코로나와 함께 한국에 갇혔다. 매년 긴 시간을 지구 반대편에서 모험하며 보내던 그에게 한국에서의 갑작스런 긴 휴가는 어색하기만 했다.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고 몇 달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도 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보낼 것이 분명해지자 그는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가 살고 있는 곳, 서울을 말이다.
주로 외국에서 사진을 담아온 그에게 종종 사람들은 물었다. 언제쯤, 한국을 담을거냐고. 20여년을 사진을 하면서 한국을 제대로 담지 않았던 것은 먼 훗날을 위해서였다. 언젠가 더 나이가 들고 더 이상 홀로 방랑하기 어려워지면 그때쯤 한국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코로나 덕분이랄까, 그 시기가 조금 일찍 찾아온 셈이다. 그는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며 서울을 그 특유의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가 서울에서 사진을 찍게된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최근 몇년간 서울은 더 유명해졌다. 서울을 찍는 사진가들이 드물지 않다. 그러나 그가 바랜 것은 서울을 담는 것이 아니다. My Seoul, 즉 자신만의 서울을 담기를 원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의 사진을 보면 현실 같지 않다고, 그림 같다고 말하곤 했다. 여느 사진가들과 다르게 아주 오랫동안, 그는 사진은 ‘진짜’를 담는게 아니라는 자신의 믿음을 설파해왔다. 사진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진한 색감으로 대표되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세상 어디에서 사진을 담아도 그것은 분명 케이채의 사진이었다. 서울에서의 작업 또한 다르지 않다. 그가 담아낸 것은 케이채의 서울이다. 이 사진들은 분명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니다.
사계절을 두번 보내며 2년을 꽉 채운 작업이었다. 매일 같이 서울 구석구석을 여행하듯 방랑하며 담아낸 수많은 사진들을 고르고 골라 하나의 사진집으로 완성했고, 사진집의 출간과 함께 갤러리 민정에서 전시를 연다. 그의 서울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첫번째 사진전이지만 한동안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서울에서의 작업은 일단 마무리하고 다시 세상 끝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아도 혹은 서울에 살지 않아도. 마치 처음 보는듯한 장소로 당신은 여행을 떠날 것이다. 서울이 아니라 NOT SEOUL에서.
네모 반듯한 오래된 아파트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레고처럼 깔끔해 보이네요.
아래 사진은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에서도 본 것과 비슷하게 사진이 계속 바뀌는 형태인데 전시 트렌드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작품의 포스터와 엽서등도 같이 판매하고 있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은 다른 형태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케이채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니다' (갤러리민정)
- 전시 기간 : 2022.03.30 ~ 2022.04.24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90-2 갤러리 민정
- 영업 시간 : 10:00 ~ 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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