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갤러리 hoM이 나타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전시는 김석화, 박철, 우명애님의 단체전 '흐름의 변주' 전시입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갤러리를 다녔을때는 쭈볏쭈볏 했는데 갤러리 관계자 분들이 참 친절하시더라고요.
김석화
나는 지속적으로 달을 소재로 작품을 해왔다.
높고 먼 곳에서 조용히 빛나는 달을 통해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순화하기도 하며, 또 삶의 근원적인 물음을 띄우곤 했다.
달은 조용히 여러 모양으로 드러내고 감추면서 질서와 균형 속에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삶의 모습은 안정적인 규칙성보다는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복잡한 삶이다.
작품에서의 달은 삶에서 겪는 희로애락을 품고 있는 미니멀한 달이다.
한가지를 오려 캔버스에 점착되는 시간과 흩어짐을 통해 변화를 나타냈고, 한지가 뜯겨지고 물감이 덮이는 반복을 통해 변화, 질서와 균형을 나타탰다.
나의 삶은 현재의 살과 더불의 기다림의 연속이고 내일을 맞이하며 반복된 복잡한 삶을 살아가면서 달의 특성처럼 어김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오는 달의 모습으로 작업을 한다. 그래서 위안을 받는다.
박철
한지는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숨쉬는 종이, 또는 숨쉬기 때문에 천년을 가는 종이라고 한다. 물성 또한 가변적이며 수용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 표면은 가칠하여 담백한 느낌이 든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듯 우리만의 전통적인 종이이다.
나는 이와 같은 한지와 옛날 농촌에서 즐거운 잔치 날이나 농사일에 사용하였던 멍석이나 맷방석을 즐겨 다루고 있다. 오늘날 아쉽게 사라져 가는 멍석, 그 반복적인 짜임새는 마치 오늘의 현대 미술을 보는 듯 현대적이고 첨단적이다. 또한 삶의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주술적 암시를 내포하고 있는 떡쌀 문양을 차용하여 한국미를 한층 더하고자 하였다.
그림속의 바이올린의 모습은 다분히 귀족적이고 서양적이며 아름다운 여체의 곡선을 암시하고 있으며 우리 한지와 바이올린, 동서양의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 생성과 소멸이라는 영원한 굴레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한지와 멍석, 떡쌀 그리고 바이올린 그들의 만남을 통해 우리 고래의 전통적인 것들을 새로운 조형적 요소들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미감을 맛보고 느끼고자한다.
우명애
나의 근작은 식물이 모티브다.
별스럽지 않은 것도 프레임에 넣으면 아름다워진다. 풀과 꽃을 수놓듯 나열하면 바람에 움직이고 빛이 든 느낌으로 화면이 채워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붓으로 수놓기는 세번의 해를 거듭나고 있다.
새벽의 빛과 함께 하루가 시작되면 작은 정원의 색들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그것들은 가끔 너무 세밀하게 보이거나 엉켜져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별스럽지 않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그저 그런 형상이 화면으로 들어와 채워진 것은 밖의 활동보다 안에서 활동이 늘어난데 있다.
실을 얽고 매듭지고 끊는 반복된 행위는 삶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나열된 점을 잇는 'The embroidery pattern' 시리즈는 식물과 사물 혹은 반려가 되는 무엇들이 포함되어 다른 형태의 '짜임'이 되고 있다.
2층에서는 '생명의 푸가'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 푸가란 하나의 주제(때로는 2개 혹은 3개의 주제. 이 경우에는 2중푸가 혹은 3중푸가라고 한다)가 각 성부 혹은 각 악기에 장기적이며 규율적인 모방반복을 행하면서 특정된 조적(調的) 법칙을 지켜서 이루어지는 악곡이다. (지식백과 참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의 기원은 같다.
하나의 조상에서 갈라져 모양과 형태, 종의 분화, 생명 진화에 따라 변화 하였는데 생명현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세포의 최소 단위인 입자가 필요하다. 살아있는 세포는 은하와 별의 세계만큼 복잡하고 정교하며, 생성과 소멸이 모종의 평형관계를 이룬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로 시작된 질문은 태초 생명의 시작점으로 가게 되었고, 그 근원에는 우주가 있으며 인류는 별에서 태어났다고 믿게 되었다. 우주는 단순히 항성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혼돈과 질서, 탄생과 소멸의 끝없는 순환을 반복한다. 나는 별의 물질로 부터 왔기에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고 그곳을 동경하였다. 수많은 입자들의 교집합은 개별적인 생명체이기도 하며 은하계의 별들이기도 하여 미시적 단위의 원자와, 거시적 우주의 생명과 연결시켰다.
작업에서 중점적인 요소는 입자화 된 공간구성이다.
입자들은 멀리 떨어져서 보면 하나하나 구별되어 보이지 않고 공간 안에 이미지로 나타난다. 흰색 바탕에 종이 죽을 붙이고 물감을 계속 덧바르다 보면 처음에는 재료가 물감을 흡수하는데 행위가 반복될수록 표면은 굳어지고 층이 쌓이면서 입자들이 생겨난다. 그 입자들은 태초에 "무"의 공간에서 입자와 분자가 만들어지듯 생명의 유기물로 태어난다. 캔버스에 질료를 붙인 후 물감을 중첩 시키는 작업은 층층이 쌓아올린 시간의 흔적이고 반복에 의한 지층은 원천적인 것으로 회기를 뜻하는 공간이다. 시간의 축적과 반복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별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인간의 존재가 우주 시공간 속에서 찰나이고 점보다 작지만 끊이없이 생명의 푸가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번 주가 지나면 전시가 끝나니, 삼청동 가실 있으시면 스윽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 전시였던거 같습니다.
김석화 박철 우명애 '흐름의 변주 ' (갤러리 hoM)
- 전시 기간 : 2022.03.30 ~ 2022.04.18
-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4-1 Gallery hoM
- 영업 시간 : 11:00 ~ 19:00
- 관련 정보 : https://blog.daum.net/gallery-hom/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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