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다녀왔던 송수민, 임노식님의 '비워낸 풍경' 전시입니다.
삼청동길에서 한골목 뒤쪽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영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전시장이 큰길에서 바로 보여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전시장 두변이 유리로 되어 있어 어떤 전시를 하고 있는지 바로 보이는 것도 좋았습니다.
때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머릿속으로 그린 장면으로 대상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마치 수많은 양 그림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어린 왕자가 빈 상자 그림에서 그가 머릿속에 그리던 양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에도 상자 그림을 통해 만족과 감격을 얻는 순간이 필요하다. ‘비워낸 풍경’ 전시에서는 색과 형태를 비우고 덜어낸 두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며 두 사람이 그린 상자 그림, 즉 풍경화 속 비워 둔 공백을 유추해보며 변화의 여지와 유연한 사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송수민과 임노식은 풍경을 해석하여 회화로 담아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타인이 찍은 사진이나 전해 들은 풍경을 그린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풍경을 해석하여 제작한 회화들을 보여준다. 두 작가 모두 사물이나 현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직접 보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너무 가까이에서 대상을 마주하면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될 수 있지만, 시간과 거리를 두면 충분한 사유를 통해 사물이나 현상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유를 담기 위해 지우고 비워낸 자리에는 역설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의 의미가 담기게 되었다.
http://www.artspace0.com/bbs/board.php?bo_table=exhibitions&wr_id=50
송수민은 재난 속 불꽃과 흩뿌려지듯 피어난 꽃잎처럼 유사한 형태를 지니지만 자연으로 해석되거나 재해로 해석되는 아이러니에 대해 관심을 둔다. 작가는 꽃, 나뭇잎, 불꽃, 연기와 같은 소재를 탐구하고 <Pattern Series> 작업을 해오면서, 기억의 오류나 의미의 퇴색, 그리고 같은 이미지 안에서 시간에 따른 자신의 판단이나 관점의 변화에 관한 의문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미지들의 형태적 유사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색감을 더 덜어내고 조형성에 집중하는 면모를 보인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고 다시 사포로 갈아내어 빛이 바랜 듯한 색감을 내는데, 이처럼 형태를 계속 변화, 중첩시키는 (나아가 이미지를 삭제하는) 작업 방식은 피상적 행동을 피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http://www.artspace0.com/bbs/board.php?bo_table=exhibitions&wr_id=50
잎은 초록색으로 두고 꽃의 형상은 하얀색으로 두었는데도 꽃이구나!라는게 바로 느껴지고 이렇게 특정한 사물의 색을 빼는 것도 작품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불꽃을 표현한 작품 색이 쨍하지 않고 연해서 아련한 분위기를 연출해줍니다.
이렇게 몇개 작품을 같이 보니 어딘지 모르게 꽃무늬 벽지 같은 느낌도 살짝 드네요.
임노식은 지난 2년간의 <모래산> 연작을 통해 그리는 대상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탐구해왔다. 장소에 대한 이미지가 작가의 기억, 시간, 공간에 의해 변형되어 회화에 옮겨지고 있다. 그는 제3자가 음성으로 전해주는 풍경을 바탕으로 그린 대상의 형태를 다시 여러 크기의 화면에 반복, 변주하며 풍경 연작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는 동판화 형식을 빌려, 캔버스에 투명한 보조제를 발라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덧칠한 뒤 다시 닦아내어 태를 드러낸다. 보조제가 마르기 전에 빠른 속도로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림의 배경에 담긴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누실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떨어져 나간 서사를 이어지는 연작을 제작하며 다시 찾기도 한다. 이렇게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서사를 복기하는 과정 사이에서 작품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화면으로 완성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가는> 연작은 모래산 풍경에서 발견한 돌의 이미지로 제작한 시리즈 작품으로, 돌의 질감과 무게감, 풍경 속의 돌의 모습에 집중하는 면모를 보인다.
http://www.artspace0.com/bbs/board.php?bo_table=exhibitions&wr_id=50
사실적인 작품이어서 멋모르고 봤다면 옛날 유적지에서 출토된 그림이 아닐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송수민 작가님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네요.
이미 끝난 전시였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던 날에 들른 갤러리의 느낌도 좋아 올려봅니다.
처음 가본 갤러리라 즐겨찾기에 살포시 넣어 두었습니다.
비워낸 풍경 : 송수민 임노식 (아트스페이스영)
- 전시 기간 : 2022.03.11 ~ 2022.04.03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9길 5 1층
- 영업 시간 : 10:30 ~ 18:00 (월요일 휴무)
- 관련 정보 : http://www.artspace0.com/bbs/board.php?bo_table=exhibitions&wr_id=50
'전시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미나, 'BACK WATER' 전시 (갤러리 이알디, 3/24 ~ 4/24) (0) | 2022.04.08 |
---|---|
모제 아세프자, 'I Can Still Feel The Breeze' (갤러리조은, 3/30 ~ 5/6) (0) | 2022.04.07 |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전시 (리만머핀, 3/15 ~ 5/7) (0) | 2022.04.05 |
김경자, '홍몽' (가모갤러리, 3/29 ~ 4/10) (0) | 2022.04.04 |
'법관: 선禪2022' 전시 (학고재갤러리, 3/30 ~ 5/1) (0) | 2022.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