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신상의 이슈로 추석이라는 이유로 전시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날이 점점 선선해지는 가을의 초입은 전시를 보러 다니기 좋을 시기일 것 같아요.
주말 오후에 약속이 있어 오전 시간을 빌어 한남동 전시 두 군데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소개드릴 전시는 타데우스 로팍에서 진행 중인 안젤름 키퍼의 '지금 집이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 (Wer jetzt kein Haus hat) 전시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독일 화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개인전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을 개최한다. 세계적 위상의 저명한 예술가 키퍼는 이번 전시에서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 M. Rilke, 1875–1926)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회화와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가을을 주제로 변화와 덧없음, 부패와 쇠퇴를 노래하는 릴케의 시로부터 비롯한 작품들은 어스름한 나무의 윤곽과 가을빛으로 물든 나뭇잎, 시간이 흘러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서서히 회색빛을 머금는 겨울나무를 담고 있다. 이는 흘러가는 시간의 황폐함과 인간 삶의 덧없음에 대한 환기임과 동시에 시인 릴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이다. ‘릴케의 시는 60년간 내 기억 속에 존재해왔다. 나는 많은 시들을 암송할 정도로 알고 있고 그들은 내 안에 존재하며, 이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유난히 볕이 좋았던 어느 가을날 런던 하이드 공원(Hyde Park)의 풍경으로부터 출발한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런던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날이었다. 가을 낙엽을 비추는 빛과 폭발적인 색감에 압도당해 호텔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사진을 찍고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회상한다. (출처 :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을 들어서면 내가 완전한 가을 속으로 들어왔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직 가을인가?라고 생각할 날씨이지만 이곳의 작품은 색상과 주제가 완연한 가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회화들은 릴케의 시 중에서도 ‘가을날(Herbsttag, 1902)’, ‘가을(Herbst, 1906)’, 그리고 ‘가을의 마지막(Ende des Herbstes, 1920)’이라는 제목의 시로부터 기인한다.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인 릴케는 특유의 강렬하고도 서정적인 운율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통찰력과 그만의 시선이 담긴 은유와 상징 어휘로 잘 알려져 있다. 키퍼는 릴케의 시 ‘가을날’의 마지막 연 첫 번째 행의 구절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작품에 직접 써넣음으로써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출처 : 타데우스 로팍)
독일인인 안젤름 키퍼의 전시에 뜬금없어 보이는 이 작품
언젠가 독일의 언덕을 올라갈 때 드문하게 보였던 집터의 모습과 흡사해 보입니다.
주위는 나무들로 싸여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보니 그 언덕을 올라갈때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작품들이 크고 시원시원해서 더 가을 정취 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말 오전의 갤러리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했고 작품의 영향을 받아 조금은 사색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두텁게 물감을 찍어 발라서 낙엽이라는 요소를 표현했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추상화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b. 1945)
Anselm Kiefer는 음울하고 웅장한 그림과 조각으로 신화, 기억, 독일 문화 및 제 2차 세계 대전의 여파를 탐구합니다. 작가는 역사의 축적을 암시하는 고밀도 물질을 가진 토템적인 풍경 장면과 장례식 조각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폴 셀란(Paul Celan)의 작품을 참조하여 홀로코스트 이후의 시, 검은 숲, 나치 건축 및 기타 다양한 문헌을 참고했습니다. 키퍼는 뉴욕, 도쿄, 베를린, 런던, 파리, 로스앤젤레스 등의 도시에서 전시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관, 테이트, 구겐하임 미술관 및 기타 여러 기관의 컬렉션에 속해 있습니다. 회화와 조각 외에도 키퍼는 설치, 아티스트 책, 드로잉, 수채화, 콜라주, 사진 등의 종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출처 : artsy.net)
https://www.artsy.net/artist/anselm-kiefer
안젤름 키퍼 '지금 집이 없는 사람' 전시 (타데우스 로팍)
- 전시 기간 : 2022.09.01 ~ 2022.10.22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2-1(포트힐 빌딩), 2층
- 영업 시간 : 10:00 ~ 18:00 (일요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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