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초입에 있는 현대화랑에서 '아르카익 뷰티-삼국시대 손잡이잔' 전시가 있습니다.
모르고 지나칠뻔 했는데 에르메스를 연상시키는 주황색 간판에 잠시 고민하다 들어갔습니다.
그림을 봐야겠다며 나온 주말인데 뜻하지 않게 박물관의 한 섹션을 보고 온 듯하게 만든 전시였습니다.
'아르카익 뷰티-삼국시대 손잡이잔' 전시
현대화랑은 《아르카익 뷰티-삼국시대 손잡이잔》展을 개최합니다.
약 1500년전 삼국시대 가야와 신라인들은 다양한 손잡이잔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세계 문명사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형태의 손잡이잔을 만들어 사용한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당시에 손잡이가 붙은 잔들은 음료나 차등을 마실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잔들은 가야와 신라시대 사회에서 전용 제기를 갖춘 제의(祭儀)와 음다(飮茶) 문화가 상당히 발달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이 손잡이잔은 회청색과 적색, 갈색, 회색 등 다채로운 색상과 단아한 선의 아름다움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장인들 손끝에서 만들어진 손잡이 모양이 독특하고 뛰어난 개성미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잔 표면에는 세상 만물의 기원이자 불멸을 상징하는 물(水, 雨)과 구름(雲)등의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그 도상들 역시 너무나 감각적이고 미니멀해서 마치 현대의 추상화를 보는듯 합니다.
우리 문화와 미술의 기원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가야·신라시대 토기 중에서도 손잡이잔은, 한국미의 원초적인 형태의 미감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유물입니다. 동시에 현대적인 조형미를 갖춘 매력적인 오브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삼국시대 손잡이잔을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가 1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수집하여, 이들의 예술성과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출처 : 현대화랑)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토기들, 양손으로 잡을 수 있는 토기는 아주 예전 박물관에서 보았던 것과 같아 보이네요.
그때는 이런데 관심이 없어서 스쳐 지나갔었는데 이제 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님이 10년간 수집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머그들을 보니 대단해 보입니다.
보이시나요? 손잡이가 하나하나 다 다른 것을 볼 수 있어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머그컵의 손잡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 와중에 장식을 한 손잡이잔도 보입니다.
'archaic'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낡은'이라는 뜻이 있는데 '고대의'이라는 뜻도 있는 것으로 봐서 오래전에 사용했던 거칠거칠한(낡아 보이는)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다른 방으로 이동합니다.
한 줄로 좌아악 손잡이잔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머그와 커피잔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투박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 잔들이 모여 있는 이 공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모양도 하나하나 다 달라서 장인의 한 땀 한 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반대편에는 이 손잡이잔들을 크게 확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더 크게 보니 더 멋지네요.
무늬도 무늬지만 장식까지 추가한 이 손잡이잔들을 보니 우리 조상님들의 솜씨와 재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아르카익 뷰티란 평이한 기형과 문양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태토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약간 메마르거나 파리한 맨살의 질감.
미술사에서는 이런 것을 가리켜 고졸/아르카익 양식이라고 말한다.
- 최범(디자인 평론가), 고졸한 스투디움, 현대적은 푼크툼 중에서
머릿속에 두고 간 전시가 아니라서 더 만족스러웠던 거 같고 삼청동과 잘 어울리는 전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르카익 뷰티-삼국시대 손잡이잔' 전시 (현대화랑)
- 전시 시간 : 2022.08.25 ~ 2022.10.16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
- 영업 시간 : 10:00 ~ 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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