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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_2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1.11.11~22.03.01 )

이제 박수근님의 전시 '봄을 기다리는 나목' 2관으로 이동했습니다.

2관의 주제는 '미군과 전람회'입니다.

 

 

2. 미군과 전람회

"저의 작품 전시회를 계획하시고 계신 데 대하여 저도 대찬성입니다. 지금부터 더 많은 그림을 그려야겠습니다." 

박수근은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특선을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국전, 대한미술협회전, 현대작가초대미술전 등 중요한 전람회에 참여하면서 중견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박수근은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당시 유행하는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지만, 진솔한 소재를 선택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개성적인 화법을 구사하여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그림만 그리며 사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박수근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미군 PX에서 초상화가로 일했고, 용산 미군 부대에서 전시를 열고 그림을 팔았습니다. 박수근은 미국 개인전을 제안받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병으로 갑자기 타계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PX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했던 박완서는, 훗날 소설가가 되어 박수근이 참혹한 시절을 얼마나 묵묵히 견뎌냈는가를 기록했습니다.

 

2관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어린 아기를 업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옆모습인 소녀의 표정은 정확하게 보이진 않지만 그림을 보면서 고달파 보이는 어린 소녀가 서글프고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박수근님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무채색의 느낌이라 멀리서 보면 형체가 잘 느껴지지 않고 가까이에 다가가서 보면 살짝 표정을 엿볼수 있습니다.

따스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 윗세대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찡하고 마음이 아파진다고나 할까요?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의 시각은 늘 새롭고, 그의 화면은 생명력이 넘쳐 흐른다.
이경성, 1965

 

 

 

잘 조화된 장식적 스타일로 배치하여 한국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배색과 회색의 색조는 조용함을 풍기고 넓은 형식들은 힘을 보여준다.
마리아 헨더슨, 1959

 

 

 

박수근의 그림은 창문 용지로 사용되는 까칠한 한지, 즉 창호지와 같은 질감을 낸다. 그의 더 커다란 화폭들도 역시 화강암으로 만든 조각의 우툴두툴한 표면과 유사한 효과를 자아낸다. 그의 기법이 무엇이든지 간에 박수근의 그림에는 언제나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다.
천승복, 코리안 리퍼블릭, 1962.2.3

 

 

 

그때 미8군 PX는 지금의 신세계백화점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일대의 큰 건물들이 다 불타고 파괴된 가운데 오직 그 건물만이 온전했다. 그러나 비록 폐허가 됐을망정 PX에 흘러나오는 미군 물자와 PX를 드나드는 미군을 상대로 한 장사로 그 일대를 딴 세상처럼 화려했고 시끌시끌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 그때 전쟁의 불안과 가난에 찌든 우리가 밖에서 보기에 PX야말로 별세계였다.
박완서, 초상화 그리던 시절의 박수근, 1985

 

 

 

다같이 악기를 춤을 추는 사람들을 묘사한 것으로 그림만 봐도 리듬이 느껴지는 것 같은 작품입니다.

비슷한 작품들이 몇 개 있었는데 사람의 수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2관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전시전 도난 당한 적이 있었는데 돈은 없는데 자신의 작품을 갖고 싶은 누군가일테니 범인을 찾지 않았다고 하네요.

멋진 생각을 가지신 분이신데, 왜 저는 우리가 같이 감상할 수 없는 그 작품이 아깝게 느껴질까요?

 

 

박수근의 작품들은 회색 톤에 조용히 스며드는 소박한 정취가 담겨 있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시를 읊고 있는 거 같다.
방근택, 1959

 

 

 

 

 

오래된 나무를 그린 작품으로 멀리서 봤을때는 앙상해 보이는 나무로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초록색의 잎과, 분홍색의 꽃이 보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이 작품은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아 꼭 전시에서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2관 전시만 봐도 꽤 많은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2층에 3/4관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3관 전시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