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지난주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갔다 오느라 관람하지 못한 전시들을 몰아서 다녀왔습니다.
갤러리현대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Syntax and Sorcery'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회화 작품이 아닌 미디어 예술쪽 특히 스토리가 있는 미디어 예술은 잘 접해보지 않았던 분야인데 최근 이런 쪽도 전시가 많아지는 것 같아 조금씩 눈여겨봐야겠습니다.
'Syntax and Sorcery' 전시
김아영의 개인전 《문법과 마법(Syntax and Sorcery)》에는 여성 배달 라이더 에른스트 모(Ernst Mo, Monster의 철자 바꾸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른스트 모는 테크노 오리엔탈리즘과 아시아 퓨처리즘 사이에 놓인 가상의 도시 서울에 살며,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배달 플랫폼인 딜리버리 댄서(Delivery Dancer)의 소속 라이더다. 이곳에서 라이더는 댄서로 지칭된다. 딜리버리 댄서의 AI 알고리즘 시스템이자 배달 라이더들의 동선과 충성도 등을 기록, 관리 및 감독하는 댄스마스터(Dancemaster)의 능력은 신처럼 영검해서, 축지법을 쓰듯 시공간을 축약하고 뒤틀어 댄서들이 빛처럼 빠른 배달을 가능하도록 한다. 댄스마스터의 내비게이션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를 연산해 수놓은 직선들을 라이더에게 알려준다. 무한 수신되는 배달 콜과 촉수처럼 무한 생성되는 배달 경로는 정신착란증을 부르는 미로와도 같다. 댄서들은 댄스마스터의 연산을 수신하는 앱 디바이스의 명령에 따라, 도시의 A, B, C, D, E 등의 구역을 춤을 추듯 쉴 새 없이 질주한다. 그가 배달하는 물품의 정체는 의뭉스럽다. 어느 날부터, 에른스트 모는 자신의 세계와 완벽하게 동일한 다른 가능 세계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자기 자신과 완벽하게 닮은, 마치 도플갱어나 유령과 같은 존재인 엔 스톰(En Storm, Monster의 철자 바꾸기)을 만나고, 동일한 시공간에서는 공존 불가능한 사태와 관계의 다면들을 마주하며 혼란을 겪는다. 두 존재가 조우할 때마다 시공간은 무거워지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고스트 댄서였던 에른스트 모는 이 사태를 벗어나려 상담을 받고 엔 스톰을 애써 피하려 노력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엔 스톰과 조우를 반복한다. 이후 라이더에겐 치명적인 페널티 누적을 받게 되는데… (출처 갤러리현대)
1F 전시
들어가자 마자 마주친 1층의 전시, 주인공 에른스트 모의 헬멧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휴대폰입니다.
내용을 모른다면 이 작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지하 1층 전시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 전시장에 들어가면 바로 옆에 작품 설명이 된 인쇄물이 있으니 이 인쇄물을 읽고 전시를 둘러보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약 3분 정도의 영상으로 바이크를 타고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모바일 앱을 형상화한 것으로, 배달을 위한 콜 수신을 받고 상태를 확인하고 배달하는 과정에서의 신체 감각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단순하게 배달 콜 수신 앱으로 생각했는데 조금 더 지켜볼걸 그랬나 봅니다.
B1F 전시
몇 개의 좌석과 커다란 화면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좌석이 있어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딜리버리 댄서의 구
에른스트 모와 가능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 엔스톰의 만남을 영상화한 것으로 약 24분 정도 되는 영상으로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간에 터널을 지나서 질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실감 나게 제작이 되었습니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던 작품으로 왼쪽 아래에 패널은 반대쪽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연결과 단절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2F 전시
지하 1층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애니메이션화, 그리고 실사화 한 것으로 보입니다.
큰 전시 공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생소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GL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일러스트지만, 제 눈에 들어온 건 오른쪽에 떨어져 있는 배달용 가방입니다.
영상에서 쓰러지는 장면이 있었나... 가물가물 하지만 주인공과 또 다른 존재자가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 같아 보입니다.
헬멧에서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어 근처 가서 찍었다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식겁(?) 하기도 했습니다.
김아영 작가
김아영은 영상, VR, 사운드, 퍼포먼스, 소설, 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작품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해 왔다. 사변 서사, 내러티브 성, 세계 구축, 신화 짓기 등 김아영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법론으로 완성된 작품은 누락되고 잊힌 이 세계의 ‘진실’을 마주할 기회를 제공하며, 더 나아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사람과 자연, 사물, 비존재 등이 공생하는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독창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아시안 아트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팔레 드 도쿄, 관 두미 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의 국제 기획전과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출처 : 갤러리현대)
2층 다른 공간에 있던 작품들로 궤도 댄스 북쪽, 동쪽, 서쪽, 3시, 6시, 10시라는 작품들로 에른스트 모와 앤 스톰의 관계, 딜리버리 댄서가 보내는 새로운 내비게이션의 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역시 읽고 아는 만큼 작품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Syntax and Sorcery' 전시 (갤러리현대)
- 전시 기간 : 2022.08.10 ~ 2022.09.14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4 갤러리현대
- 영업시간 : 10:00 ~ 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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